시와 산문(창작품)

21편 지워지지 않는 지우개_김휘도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21. 4. 15. 13:45

윈드오케스트라 연주

3장 삶의 무게

 

21편 지워지지 않는 지우개
                                                         흐름 김 휘 도


살다 보면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작은 지우개 하나 간직하며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권투 글러브 같이 생긴 지우개든 토끼 모양같이 생긴 지우개든
상관은 없지만 지울 수 있는 지우개 하나 간직하고 싶습니다.

 

내 마음 속 수 많은 과거들이 새겨져 있는 지난 일들을
지우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지만 나쁘고 좋음을 떠나서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가슴속에 묻어 두고 살아도 좋지만
이왕 사노라면 좋은 것만 남겨두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람에 대한 나쁜 감정 타인에 의한 증오심
분노, 경멸, 기억조차 하기 싫은 아픈 추억
상상조차 하기도 싫은 버림받은 기억
살아가면서 실수 투성이가 된 일들
한 손으로 나의 가슴을 모질게 두들기며 한탄하고 후회하던 일들
살면서 눈물 나도록 설움이 벅차 오르던 일들
너무 너무나 안타깝고 생각 할수록 아쉬움이 깔린 기억들
숨을 쉬면서 흙탕물에 빠져 허우적 거리든 일들
이런 모든 기억들을 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고 싶습니다.

 

복잡한 세상 단순해지기 위해 지울 수만 있다면
하나씩 하나씩 웃음을 머금고 지우고 싶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정립하고 싶습니다.

 

잘 못 쓰면 지우개로 과감히 지우 듯
깨끗하고 순수한 백지로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흘러온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거추장스럽고 바르지 못한 생각들 모두를 지우고 싶습니다.

 

지우다 보면 편안한 날이 오겠지요.
정리하다 보면 단순한 날이 오겠지요.
그러면 찬란한 빛이 내 마음속에 살며시 고개를 여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