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창작품)

18편 겨울바다_김휘도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20. 9. 7. 12:21

18 편 <겨울바다>
                                       흐름 김휘도

겨울바다를 보다가 그만 나의 마음을 빠뜨려 버렸습니다.
일부 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으려고
추운 날씨에 입으로 손을 호호 불어가며
삶의 무게를 느끼기에 먼 길을 헤메이다 찾아왔건만
남아있는 마음조차 흔날리는 모습 조차도
거센 겨울바다에 빼았겨 버렸습니다.

겨울바다는 매년 볼 때마다 슬퍼집니다.
더운 것 보다 차가울수록 더욱 슬픔의 몸부림이 묻어납니다.
저 수평선 너머에서 그의 울부짖음이 굉음처럼 들려옵니다.
그 동안 많이 외로워서 절규하는 것 같이 들립니다.

바닷물이 시퍼렇게 더욱 그리움을 전합니다.
냇물 모여서 강물이 되고
강물 흘러서 바다를 이룹니다.
강은 냇물을 잊어야 강이 될 수 있고
바다는 강을 잊고 나서야 깊고 시퍼런 바다가 됩니다.
강은 강이라는 것만 생각하여야 하듯이
바다는 바다라는 것만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잊어야 합니다.
과거야 어찌 되었던 중요한게 아니지요.
현재가 강(江)이라면 지금이 바다(海)라면
그것만 생각을 해야 되겠지요.
잊어야만 진정한 무엇이 될 수 있는 것이며
종지에 담긴 물이었음을 강은 잊어야 하고
자그마한 냇가이었음을 바다는 잊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변천사의 초심은 간직해야겠죠.

파란 눈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바다를 닮은 하늘이 퍼렇게 되었으니
하늘 또한 바다에게 그리움을 전하기 위해
하늘의 눈물을 바다에게 흩뿌리며 마음을 전하고
또 다시 바다는 하늘이 주는 외로움이 물안개의 향료가 되어
사무치는데 겨울 바다에 와서 바다의 향음을 느끼니
내 마음 빼앗기고 내 남은 모습마저 빼앗겼지만
그 차갑고 무서운 시퍼런 바다가 나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니
그 넓은 바다에 시커먼 구름들이 바다 위를 뒤 덮고 있는 무서운 바다에
내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거운 것들을 후련하게 던져버리지 못 하고
저 멀리서 가지 말라며 애원이라도 하듯 힘차게 밀려오고 있는
거친 파도에 시선 놓치지 못 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것 같은
작은 파도의 흰 거품 위에 내 맑은 눈물 몇 방울 퐁당 떨구어 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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