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편 도둑맞는 게 사랑
흐름 김휘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다고
나 또한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보고 싶어서 보고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니라 내가 허락을
하지 않아도 승낙을 하지 않아도 성큼성큼, 터벅터벅, 은근설쩍
어느 새 아무도 모르게 햇볕이 만들은 나를 닮은 그림자도 모르게
조용히 없어져 버리는 것이 사랑입니다.
바닷가에서 마른 모래를 두 손으로 불끈 움켜쥐지만
그 순간 사르르르 빠져 흘러가버리는게 사랑입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놓아 둔 감정을 도둑 맞는 것이 사랑입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미움을 도둑 맞는 것도 사랑입니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새겨진 마음을 도둑 맞는 것도 사랑입니다.
내가 숨겨놓은 것 들을 잃어버릴수록 더 기쁘고 흐뭇한게 사랑입니다.
수 십년이 흐른 뒤 아련히 생각나고 어제 일 처럼 생생하며
오래된 고구려의 아름답고 웅장하며 기상이 넘치는 벽화 같고
많은 세월 숙성되어 좋은 향과 맛을 내는 진한 술과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묘함과 설레임
그리고 감동을 주는 향기와 아름다움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간 중에서 잊혀지지 않는 추억 한 조각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정 추억을 잡고 행복을 잡는 사냥꾼임에 분명합니다.
그것이 정녕 아픔일지라도 행복 또한 그러하니까요.
사랑이란 두 글자로 내 자신을 묻어버리고 행복이란 두 글자로
내 자존심까지 보이지 않게 깊숙이 묻어버려야겠습니다.
잘나지도 않은 내 자신의 어설픈 자존심 하나로 인해
행복이 사라져 버리고 포근하디 포근한 사랑이 미움으로
변모하는 못난 일은 이제는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랑은 자존심이 아니기 때문이고 사랑은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고
살아 움직이는 게 사랑이지요.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들 수 도 없고 갈취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사랑은 보이지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셀 수도 없는 것 입니다.
다만 느낄 수 만 있고 줄 수만 있는 것이지요.
길손이 나에게 "자네! 사랑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면
난 내 욕심을 버리고 내 자존심을 버리고
내 허영을 버리고 내 자신을 버리고
당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하겠습니다.
진정 사랑은 버리고 그냥 느끼면 된다니까요!
저자 : 김휘도의 " 내 마음 빈 곳에 무엇을 담아볼까?(출간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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