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창작품)

9편 원칙_김휘도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19. 11. 13. 16:44

9편 원칙

                      글/김휘도

    
행복하기에 웃는 것이 아닙니다.    
웃어서 행복해지는 겁니다.    
    
즐거워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마음을 비우고 노래하였기에    
즐거움이 가득 차 즐거워지는 겁니다.    
    
못해서 안 되는 게 아닙니다.    
시작을 안 해서 못 하는 겁니다.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닙니다.    
울어서 더욱 슬퍼지는 겁니다.    
    
괴로워서 두 눈을 감는 게 아닙니다.    
괴로움이 무서워 괴로움이 두려워    
자기 스스로 두 눈을 감아버렸기에    
더욱 어둡고 괴로운 것 입니다.    
    
우울해서 흐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그 마음을 누구에게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해 우울한 겁니다    
    
외로워서 홀로 남은 게 아닙니다.    
분명 외로움을 주었기에 홀로된 것 입니다.    
    
사랑이 없는 것이 사랑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먹고 사는 이에게     
사랑의 먹이를 애써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슬프고 우울하고 암울해지고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것은    
내가 미천하고 부족해서가 아니라    
내가 사랑을 할 수 있는     
내가 넌지시 사랑을 건네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 입니다.    

 

흐름 김휘도의 "아직도 내가 향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중에서

2002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