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당신의 그림자
흐름 김휘도
당신에게 전할 말이
너무 많은 까닭에
평행선의 철로 위를 달리는 기차에
내 몸을 실어 멀리 떠나 봅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때로는 아픔이지만
기차에 몸을 실은 난
조용합니다
깊은 밤이 지나 해가 떠 오르기 전
정동진에 도착했습니다
은은한 음악소리와 기적소리
그리고 잔잔한 파도……
평온을 이룹니다
나의 지친 모습으로나마
당신을 그려보고 싶었지만
덜커덩거리는 기차소리에 놀란 듯
잔잔한 바닷물 위에
단지 그림자로 남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
기차가 떠나버리면
그 때의 당신과 헤어짐의
아픔을 겪은 것 처럼
또 아픔을 겪어야 될까봐서
밤 기차에 내 몸을 맡겨봅니다
내 몸을 실은 밤 기차는
어디로 가는 걸까?
당신도 나 만큼 아플까?
당신도 나 처럼 눈물을 삼킬까?
사랑했던 추억들을 돼새기며
차 창에 낀 성애에
당신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덜커덩 덜커덩 하는 소리에
어느 듯 종창역에 도착했습니다
너무 긴 터널이었습니다
너무 갑갑한 시간이었습니다
얼마 만큼의 방황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당신의 허상과
내가 타고 왔던 기차는
나를 내려 놓고 선
당신만을 태우고
내 곁을 떠났습니다
아주멀리…………………….
김휘도의 "아직도 내가 향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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