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창작품)

42편 삶의 벗_ 흐름 김휘도(창작)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21. 7. 24. 12:59

밀양이군..
많이 컷네...
콧물 줄줄~~~ㅋㅋ

42편 삶의 벗
                                         흐름 김 휘 도

살다보면 이곳 저곳에 부딪겨 살갗이 갈라지고
옷이 낡아 다 헤어져도 나이들어 가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그 삶에 대해 서로가 한 점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될 친구하나
갖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같은 시대에 태어나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흉내내지 못 하더라도
랩이 들어가는 최신가요를 멋들어지게 따라 부를수는 없지만
조금은 흘러간듯한 옛 노래를 불러도 같이 신나게 부를 수 있고
그 흥에 분위기를 맞춘다고 한 때 유행하던 춤이나 막춤을
머리 속에서 끄집어 내어 옛날 생각으로 몸 놀림을 만들어 보지만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엉성하고 보기가 민망해도 괜찮을
그런 엇비슷한 친구하나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동안 말을 안해도 지루하지 않을 친구
어느 날 긴 이야기로 밤을 지새워도 피곤하지 않을 친구
가족이나 아내 이야기등 어려운 얘기도 편히 나눌 수 있는
가족같은 친구, 서로 열심히 살면서
비울 줄도 알고 채울 줄도 아는 지혜롭고 절제력 있는 사람

어제 일에 연연하지 않고 오늘에 대해 즐겁고
아름답고 예쁘게 삶을 잘 가꾸며 살아 갈 줄 아는 사람 ,
보기에는 멋이 없어도 멋을 내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
세상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진리를 왜곡 시키지 않고
바른말을 하는 그런 괜찮은 친구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죽도록 사랑하는 에로스같은 사람보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필레오같은 사람보다
그냥 괜찮은 아가페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되었다고 오래된 잦대로 확인하는 친구가 아니고
서로 왕래가 없다고 진실을 따지는 친구가 아니라
오늘 만난 친구도 좋고 서로 보지 못 해도 조금은 걱정이 되는
부담이 안 되는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마음이 우울할 때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전화로 통화하면서 나를 너무너무 걱정을 하며
위로와 위안을 해주고 내리는 눈 처럼 하얀 웃음을 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이라는 낡은 틀 속에 마음을 가둬두지 않고
그저 친구이기에 이해하고 그냥 감싸줄 수 있고
따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그래 그것이 친구구나며 나의 마음속에
언제나 밝은 빛으로 비쳐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내 옆에 누군가가 필요로 할 때
친구를 불러내 앞에 앉게 하고 나 혼자
취중에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로 수다 떨며
내 말속에 내 전부를 보여줘도 입 소문이날까
걱정하지 않고 후회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그런 친구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깊은 밤 잠을 청하려고 누워 보지만
잠들 기색이 보이지 않고 술 한 잔 생각이 날 때
옷을 추스려 입고 허름한 술집에 혼자 앉아 잔을 비울 때
아련히 내 머리속을 스쳐지나 가는 친구가 있길 바라며
싸늘한 겨울 고요한 밤 떠 오르는 그 친구에게 전화하여
혼자 술 마신다며 얘기하면 자기의 피곤함 보다 친구의 걱정이 먼저 앞서서
거기가 어디냐며 내가 갈 때까지 어디로 가지 말라며 당부를 하고
잠자던 옷 차림으로 허겁지겁 대문을 나와 택시를 타고 와서는 나를 걱정해주고
무슨 이유인지 선 듯 묻지 않으며 눈빛으로 내면의 달라짐으로
어떤 일이 있는지 어림짐작으로 알 수 있는 그런 센스가 있고
서로의 마음을 위해주는 구수한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침일찍 출근을 해 일상에서 문득 그 모습 떠올려지면
"쨔식!! 참 멋있는 놈이야"며 나도 모르게 그냥 지긋이 입이
벌어져 미소가 생기게 하는 그런 해맑고 아침의 싱그런 이슬처럼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저녁의 아름다운 노을처럼
한결같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행여 살다보니 서로 나이가 훌쩍 들어 여행도 힘들고
긴긴밤 이야기로 여느 때 처럼 밤을 지새우지 못하지만
그래도 옛날 열정이 그대로 남아있는 친구면 좋으련만,,..
혹시 나이들어 사회생활을 접고 집에서 또 다른
인생설계를 하는 일이 생긴다면 가까운 실버타운에는 못 가더라도
그 앞 따스한 양지바른 곳에서 그때까지 건강이 허락한다면
그런 친구와 꼭 다시 만나서 웃으면서 옛 정열을 가지고
술잔은 못 기울이더라도 차 한 잔하며 얘기나 나누세라고 노년을 설계 할
그런 친구가 있다면 생을 살면서 그리 슬프지 않고 외롭지도 않으련만……….

이것이 욕심이라면 아니 욕심을 조금 더 가진다면 이런 친구가 둘 정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셋 중에 어느 누가 저 세상으로 먼저 가더라도 한 친구는 삽이랑 곡괭이로 땅을 파고
또 한 친구는 지게로 짊어져 준다면 외롭지 않게 영혼이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고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걱정없이 허뭇하고 좋겠습니다.

내 옆에 두고 살아 갈 수 없다면
내가 살아가면서 가질 수가 없는 허상이라면
그래도 내 마음속에 이런 친구를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흐름 김휘도의 " 내 마음 빈 곳에 무엇을 담아볼까?"....중에서(출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