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편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흐름 김 휘 도
살다보면 옛 추억들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이 시간 내 머리 속 한 켠에 오롯하게 떠 오르는
추억 한 조각 품고 싶어 집니다.
남자보다 부드럽고 남자보다 강한
그런 부드러운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향 커피를 마시더라도 그 향의 의미를 깊게 느낄 수 있는
그런 감미로운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술을 마시더라도 안주 타령을 하지 않으며
나지막 하게 흘러 나오는 세월 속에 묻혀버린
오래된 음악 소리소리 사이에 자기 감정을 실어
사색에 젖을 줄 아는 그런 분위기 있는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자를 먹더라도 순진한 아이처럼 먹고
추운 겨울 많은 눈이 오는 날에도
러브스토리에 나오는 영화속 주인공들 처럼
흰 눈 위에 뒹굴며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고
고급 레스토랑보다는 찌게나 국밥을 더 좋아하는
가식 없는 그런 향토적인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애인이 생겼다고 등돌리는 여친이 아니라
결혼했다고 자기 남편만 보겠다고
친구를 멀리하는게 아니라
두 가정 모두가 절친하게 서로를 위하면서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낡아지고 얼굴엔 저승 꽃이 만개하여도
영원한 친구의 존재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의로운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화장을 안 해도 한 것 처럼 보이고
좋고 새로 구입한 옷이 아니어도
유행이 훨씬 지난 옷들이 더 잘 어울리는
그런 수수하고 복고적인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터에서 사자처럼 뛰고
밖에서는 자기 생각일지라도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을
분명 잃어버리지 않고 자기 마음을 우아하고
아름답고 향기나게 자기 자신답게 가꾸는 사람
열심히 일하느라 행색이 좀 초라하더라도
그 열심히 일한 후의 뿌듯함이 좋아 부끄러워 하지 않고
바쁜 생활에 샤워를 못해 냄새가 좀 나더라도
그 냄새가 땀으로 노력으로 맺어진 댓가라 여겨질 수 있는
그런 열정적인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떨 땐 애인같이 또 어떨 땐 남자 친구같이
누이처럼 다정다감하게 그렇게 지낼 수 있는
이해심이 많은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그런 부담없는
여친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나에게 이런 여친 하나 있다면 어떨까 하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고운님(아내)은 머리에 열이 좀 나겠죠?
흐름 김휘도의 " 내 마음 빈 곳에 무억을 담아볼까?..."중에서(출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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