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창작품)

1편 길과 희망 _흐름 김휘도(창작)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15. 6. 22. 07:30

1편 길과 희망 
                                 흐름 김 휘 도

헤어졌다 그 만큼이나 보고픈 분을 만나
눈물 나도록 반가운 것은
또 이별이 예견되어 있다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들판에 핀 야생화가 황홀하게 아름다운 것은
얼마 뒤 아름다운 자태와 그윽한 향기가 사라지는
사실을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을 하늘이 저리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언젠가는 먹 구름이 몰려와 온 세상을 뒤 덮어버리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태양이 보고 싶어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 이유는
어떤일이 있어도 내일 다시 태양이 뜨오르는 것을 내심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떠나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 하며 미련없이 매너있게 그냥 놓아주는
것은 머지않아 다시 멋지고 성숙된 은은한 가을향기와
분위기 있는 우아한 색채를 마음 껏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손가락으로 언약하고 도장을 찍고
의심나는 눈초리로 가끔 사랑을 확인하는 것은
그 사랑이 배반에 씨앗을 뿌려 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열심히 사는 이유는 지금부터 오늘이 결코 오지 않기 때문이고
오늘을 충실히 사는 이유는 내일이 있기 때문이고
오늘에 웃을 수 있는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기때문입니다.

희망이 없는데 어찌 웃을 수 있냐구요?
당신이 웃을 수 없는게 희망때문이라구요?
희망이 없어서 미래도 없고 살아가는 낙도 없다구요?
그래서 마냥 행운을 잡는 로또복권을 산다구요?
저도 그럴때가 많았지요.

그럴 때 마다 힘겹고 슬프고 좌절합니다.
예전에는 너무 힘이들어 그냥 모든 것을 포기 하고픈 심정이었고
삶도 이쯤에서 포기하고 내가가진 모든 장기(臟器)나
죽으면 쓰레기가 될 육신을 누군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은일 했다고 생각하고 넘겨주고 그냥 그렇게
모든것을 끊어버리고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내가 지금 쥐고 있는 두 주먹도 이젠 펼치고
이쯤에서 그만 삶을 접고 싶은 생각을 한적이 있지요.

어느 날 병원 응급실을 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희망은 있다가도 없는 것!
모든 길이 처음부터 생겼던가!
고속도로가 처음부터 존재했던가!
없는 길을 터고 멀쩡한 산을 깎고 부수며
많은 사람들이 고생 고생해서 생긴 길들이 아니던가!
산속에 처음부터 길이 어디 있던가!

사람과 짐승들이 다니면 곧 길이요.
다니지 않으면 숲이 우거져 길이 없어지고 곧 산이 되고
황무지가 되는 것을…..,
넓고 곧은 길만이 길이아니지요.
눈부시게 빛나는 희망만이 희망이 아니지요.

하늘 위로 올곱게 뻗은 나무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리저리 휘어져 무수히 많은 고난을 견디어낸 든든한 나무
결국 생이 다되어 나뭇군에 의해 베어져간 자리에는
고난의 흔적인 큰 나이테를 남기는 그것이 더 멋있습니다.

한길로 흐르는 냇물 보다는
휘청거리며 굽이굽이치는 그 물줄기가
더 힘차보이고 더 활기차 보입니다.
곧은 길 없어졌다고 밝은 희망이 사라졌다고
의기소침하며 주저 앉거나 머뭇거릴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희망은 길과 같은 것입니다.
살다보면 희망은 보일때도 있고 사람눈에서 멀리 떨어져
희미할 때도 있을 것 인데, 예전엔 몰랐지만 희망이 없으면
멋지고 귀엽게 꽃 보다 이쁘고 향기나게 바다보다 넓고 하늘보다 높게
누구보다 크고 길게 길을 내듯 만들어가면 되는 것을…….

 

흐름 김휘도의 "내 마음 빈 곳에 무엇을 담아볼까?..."중에서(출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