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편 초라한 후유증 _ 흐름 김휘도
31편 초라한 후유증
흐름 김 휘 도
사람은 무엇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라 하지만
사람은 누구를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것이라 하지만
이젠
난 그 기다림도 그리움도 버리고 싶다
바람처럼 쓸쓸한 행인이 되어
또 다른 누구의 향기를 맡으며
한 사람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들어
한 이름만 간직하고 싶다
밤 하늘을 바라 본다
밤 하늘의 별들도
해변의 모래 알도
거리의 십자가 불빛도
저렇게 많은데
내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내 사랑이 나타나면
심장이 터지도록 껴 안아 줄 것이고
턱뼈가 빠지도록
프렌치 키스를 해 주고 싶다
사랑한다는 말은 조금 아껴두고
그냥
당신이 생각난다고만 얘기하고 싶다
기다림의 그리움이 아닌
사랑의 속삭임
사랑의 설레임으로
조금씩 다가서고 싶다
아무 날이나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노란 개나리꽃이 핀
거리를 거닐다가도
플라타너스 잎이 태양을 가리고 있는
어두운 거리라도
겨울비를 맞으며
고독과 싸우는 시간이라도
밀리고 밀리는 만원버스 안에서라도
그저 하루 온 종일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을
아름다운 분이 있었으면 싶다
내가 초라한 가시나무가 되어도
당신 가슴에서 내가 지워져버려도
프로포즈를 거절 당해도
그냥 당신과 마주치고 싶다
내가 외로운 건
조용한 이별의 후유증이 아니라
당신이 남기고 간 고독의 사연들…
이제
우리 사랑하게 되거든
제일 먼저 헤어짐을 생각하기로 합시다
그 헤어짐이 당신과 나의 가슴에
얼마만큼의 아픔을 주는지
생각하기로 합시다
당신
사랑하기 때문에
고독한 것이 아니라
고독하기 때문에
사랑이 슬픈 것이라고
그저 하루 온 종일 기다려도
지루하지 않을
아름다운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흐름 김휘도의 " 아직도 내가 향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