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창작품)
6편 나를 닮은 소주 잔_흐름 김휘도(출간)
흐름 김휘도(시와 색소폰)
2022. 5. 13. 11:24
6편 나를 닮은 소주 잔
흐름 김 휘 도
생각해봅니다
당신 얼굴 가진 채
기다림에 지친 골목길이
닫아버린 자물쇠로
채워지기를 생각해봅니다
골목길이 나 있지 않으면
그대와 함께 걸었던 길을
가지 않아도 좋을 걸
그대가 잠그지 않은
골목길의 자물쇠는
어디에도 없어
비에 젖었던 옷을
툭툭 털며
당신의 기억들을
버려야 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무겁고 외로운 길
열려있는 골목길을
누군가가 굳게 닫고
숨소리마저 닫아 주었으면 합니다
나를 닮은 소주잔이
포장마차 구석진 곳에서
당신의 의미있는
눈물을 마시고
고독의 의미를 찾아서
나를 닮은 소주잔과
너무 마셔버린 술
기억도 없이
당신의 집앞에 서면
골목길의 자물쇠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닫아버린 문
원망도 없이
눈물의 의미를
향커피의 의미를
가르쳐 주지 않은
그대를 원망하지 못 하고
그냥 주저앉자 하늘만 바라봅니다
정말
길고도 긴 방황의 끝은
보이지 않고
골목길은
당신이 잠가둔
자물쇠 구멍 사이로
더 좁은 길이 되어
휘청거리며
돌아서야 했답니다
이제
돌아서면
그대 두 눈에
맺혔던 그 때의 이슬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