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편 개나리가 핀 이유_김휘도
22편 개나리가 핀 이유
흐름 김 휘 도
추운 겨울 날 길을 멍하니 터벅터벅 걸어봅니다.
차를 타고 가도 되지만 오늘은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개나리가 겨울을 뚫고 도로 주변에 방긋 피어 좋아하는 것인지
추워서 안절부절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녕 일찍 피어 좋아서 그럴 것 입니다.
샛 노랑의 개나리가 나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그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 함께 하기에 정겹습니다.
저 노랑 개나리는 얼마 쯤 쓸쓸해야 할까?
개나리가 필 때 같이 후리지아도 피어 주고
옆에 장미나 백합도 피어 주면 개나리가 외로워 하지 않을텐데….
늘 길다랗게 혼자 피어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는 개나리가 쓸쓸해 보입니다.
지금의 나 처럼 말이지요…….
가련한 동병상련(同病相憐) 인 듯 합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어차피 순응 할 수 밖에 없는 일이지만
따듯한 봄 날 길을 물어보는 길손 처럼
길다란 수숫대가 하늬 바람에 흔들려 바람소리와
정겨운 소리로 여러 모든 것에 대해 반기듯이
저 개나리 옆에도 반겨주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때 피지 않고 조금이라도 일찍 새싹을 돋우며
무언가가 잘못된 듯 여러 각도와 의구심이 나는 시선으로
보게 되는 그 개나리가 슬프기만 합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좋아해 줄 수는 없는건지…….
그냥 일찍 피어버린 개나리를 곱게 사랑해 줄 수는 없는건지…….
상투적인 언어로 삶이 무엇이고 인생이란 다 그런 것이라고
말 하지 말고 그냥 바라만 봐도 개나리는 웃을 것 같습니다.
혼자가 주는 텅 빈 마음도 힘든데 여러 사람이 하나씩
넘겨주는 그 시선이 얼마나 힘든지 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개나리는 그 시선마저 모두 모아서 보는 사람마다
웃음과 사랑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내가 혼자가 아니라서
개나리에게 멸시를 하거나 사랑을 주지 않으면
그 개나리는 무척이나 슬퍼할 것 같습니다.
그 개나리는 오직 사람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그 사랑으로 보는 이들에게 미소를 건네주기 위해
일찍이나마 피어난 부지런하고 청순한 개나리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