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이른아침_흐름 김휘도(창작)
사진 : 내가 사랑하는 출사지 - 기타치는 사진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3편 이른아침
흐름 김휘도
이른 새벽즈음 깊은 잠에서 이리저리 서성이며
꿈 속에서 바쁘게 헤매이는데 닭 울음 소리와 개 짓는 소리
그리고 가까운 저 너머 산속에서 부엉이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 피곤함을 뒤로 하며 두 눈을 뜨고 가슴을 활짝 펴고
고개를 치켜들고 활기찬 새벽 찬 이슬을 마음 껏 들여 마셔 본 적 있으신가요?
여러 날 깊은 잠에서 문득 깨어나
익숙치 않은 가을 풀벌레의 울음을 듣는 이른 새벽
그 울음의 끝 없는 끝을 찾아 빼앗겨버린 마음을 곤히 달래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이불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아무 생각 없이
머리속이 텅 비어진 것 처럼 거실을 이유없이 서성거릴 때
내가 왜 서성거리고 두리 번 두리 번 그리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신적 있으신지요?
어제 밤 잠의 굴레로 들어가 과연 내가 꿈속에서 깨어났는지
잠의 미로 속에서 다행히 출구를 찾아 나왔는지
내 몸이 내 몸인지 만져보고 방에 걸려있는 맑고 진실된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며 변화된 모습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본 적 있으신지요?
세수를 하기위해 마루를 지나 마당 한 켠에 위치한 세면대로 갈 때
신선한 아침 공기와 감나무 위에서 까치밥으로 남겨둔
선홍빛깔의 홍시를 먹으며 지저귀는 까치 울음소리에 매료되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집 옆에 가로등 보다도 더 훨씬 크게 자랐고
내 나이 보다도 몇배나 더 많이 먹어 굵은 나이테를 뽐내듯
하나 둘씩 자기 살점을 떨구는 노란 은행나뭇잎을 바라보며
눈의 촛점을 잃어버려 그냥 그렇게 심취해 그저 마음으로 느껴본적 있으신가요?
출근하려고 발걸음을 옮길 때 떨어져 친구를 찾고있는 듯 이리저리 나뒹굴고
수북이 쌓여있는 노랗게 물 들은 은행잎을 제일 큰 것으로 주워
화장지로 이슬을 닦고 햇볕에 말려서 읽고 있는 책 속에다 고이
간직하고 읽을 때 마다 만지작거리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면서
사색이란 수렁 속으로 깊은 은행잎의 매력 속으로 들어가 본 적이 있으신지요?
수 많은 시간이 흘러간 낡은 책들이
익숙한 사서의 손에 넘어 가듯
쉽게 쉽게 지나가버리는 야속한 계절과 시간
그 계절과 시간이 우리에게 남긴 것이 무엇일까 ?
우리에게 진정 가르쳐 주고간 것이 무엇일까?
한번 생각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자주 찾아가지 못하는 시립 도서관에 들러서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을 찾는다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빠르게 굴려 피곤해 하고
찾는 책을 집어들며 나보다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았는지
도서대출 이력표를 볼 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 보다도 먼저
이 책을 보고 느끼고 마음에 새겼다는 사실을 알 때
자책감에 빠지고 괜히 슬퍼지고 바보같은 생각이 들어
다 읽지도 못하면서 많은 책들을 다른 사람들보다도 먼저 읽어야 한다며
이것저것 책들을 빌려서 무거운 책을 야심에 찬 두 팔로 감싸들고
가벼운 발걸음을 하며 집으로 향하신적 있으신가요?
내가 살아온 행적을 다시금 돌이켜 볼 때
내가 바라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지적하며
흘러가버린 시간의 흔적에 있어서는 아쉬움이지만
반성을 하였기에 좋은 거라며 내 자신 스스로 자각하고
위로와 위안을 주며 회식자리에서 작은 소주잔에 아쉬움을 붓고 회상을 섞고 후회를 섞어
긴 터널과 같은 목구멍으로 털어 넣은 뒤 다시금 빈 잔에다 나의 꿈을 듬뿍 부으며
내일이란 미래를 위해 축배를 들며 준비 해 보신적이 있으신지요?
생각의 늪에서 물레방아처럼 돌고 도는 지난 추억들 중
입안에서만 맴돌고 눈에서만 아른 거리고
귓전에서만 속삭이는 이의 모습이
많은 가을비 속에서 우산을 들지도 않은 채
걸어 오는 듯한 모습을 상상 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잠들기 전 지난 기억들을 머리 속에서 한 점 한 점 넘기다가
"맞아! 그런 적도 있었지!" 감탄해 하며 잠자기는 커녕
이것 저것 그 추억의 한 부분을 찾으려고 앨범을 뒤지고 연락처를
찾는다고 낙서의 흔적을 찾는다고 일기장을 뒤적거리며 잠을 설치신적 있으신지요?
모처럼 약속이 없어 일찍 집에 들어오던 날
혼자라는 틀 속에 익숙하지만 내 집이 낮설 게 느껴지고
무엇을 해야 될지 망설이다 TV를 크게 켜고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하나 꺼내어 마시면서 간혹 보던
드라마에 매혹되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슬퍼서
정말 안쓰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진 적 있으신가요?
어느 늦은 시간 잠을 청하려고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뒤척이며
눈을 감고 잠들기만을 바라고 있지만 잠들 기색이 영영 보이지 않아
거실로 나가 소파 위에 벌러 덩 누워 한 개피의 담배로 마음을 달래며
TV를 켜보았는데 재미나는 오락 프로를 잠깐 보는 동안 너무
우스워 담배연기가 목에 걸려 홍당무가 되어 고통스러우면서도
깔깔깔 웃고 숨 넘어 갈 정도로 너무 우스워 배를 움켜쥐고 혼자
큰 소리로 바닥을 구르며 한바탕 실컷 철없이 웃어본적 있으신지요?
우리가 일상 생활에 익숙해져 잘 느끼지 못 하지만 사소한 그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한 번쯤 생각해 본적이 있으신가요?
산소가 우리에게 얼마나 고마움을 주는지
바람이 우리에게 얼마나 시원함을 주고
소낙비가 우리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우리에게 얼마나 낭만을 주며
매일 아침에 뜨는 해는 우리에게 얼마나 희망을 주는지
달은 우리에게 얼마나 소망을 주는지
별은 우리에게 얼마나 소원을 주는지
한번 쯤 생각 해 본적 있으신지요?
우리 곁에 항상 머물러 있는 그대를 고맙게 여기고
우리 곁에 항상 바라보고 있는 그대를 감사하게 여기고
우리 곁에 언제나 변함없이 기다려주는 그대를
진정 애정있게 여겨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옆에 있는 그대를 욕되게 하지 않았나요.
우리는 옆에 있는 그대를 흉보지 않았나요.
우리는 옆에 있는 그대를 꺼집어 내리지 않았나요.
우리는 옆에 있는 그대를 무시하지 않았나요.
그대에게 미움을 주지 않았나요.
그대에게 분노를 주지 않았나요.
그대에게 거짓을 주지 않았나요.
우리 한 평생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에는 중요히 여기지만
정작 생각하기 힘들고 생각 조차도 하려하지 않는 아주 하찮게 여기는 것들
그리고 바로 우리 옆에 있어 언제나 늘 한결같이 우리를 바라보고만 있는
이름도 내세우지 않고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묵묵히 지켜보며
남을 소중하게 여기는 그 분에게 이제는 소중함의 메시지를 전합시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른 아침에……..
흐름 김휘도의 "내 마음 빈 곳에 무엇을 담아볼까?" 중에서(출간전)